2008년 10월 28일
적벽가의 이해
1) 적벽가의 선택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성인이 되기전에 한번쯤은 읽어야 하는 책을 꼽으라면 삼국지를 들곤한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천하의 패권을 취하기 위해 여러 영웅들의 심리묘사,모험담,지략과모사 들의 활약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삼국시대의 세계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삼국지가 고사인 만큼 현재의 나만이 이런 즐거움을 맛보았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이야기가 전해 왔을 당시 그 시대의 사람들도 흥미를 많이 느꼈으리라고 생각 하고 그리하여 우리 대중에 녹아 있는 소리 12마당 중에 한마당을 적벽가가 차지 하고 있지 않나 생각 해본다. 삼국지연의 의 내용중 그시대의 사람들이 각자 얼굴의 모양이 다르듯 성격이나 취향도 다르듯이 그시대 즉 삼국지 이야기가 읽혀 지기 시작한때, 그 시대 사람들이
가장 재밌어 한부분을 소리로 만든게 아닐까 생각 해본다. 사실 그부분이 최고영웅들이 크게 활약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삼국지중 가장 좋아하는 방통이 등장한다. 봉추라고 불리기도 하는 불운한 인물이지만 삼국지연의에서는 그시대에 유일하게 제갈량과 필적할만한 인물이라던 봉추가 적벽대전의 중심에 있기에 이번 과제물 주제를 찾던중 12마당중 적벽가를 보고 선택하기로 했다.
2)적벽가의 전래 흐름도
조선시대 판소리 열두마당중의 하나 또는 동리(桐里)신재효가 이를 고쳐지은 판소리의 이름으로 화용도(華容道) 라고도 한다. 중국의 삼국지연의 가운데 적벽대전에 대한것을 소재로 만든것이라 한다. 현재 불려지고 있는 적벽가 중에서 박동진의 적벽가는 정춘풍,박기홍,조학진을 거쳐 전승 되었다한다.박동진의 적벽가는 삼고초려,강능대난,박망파싸움,장판교싸움,군사설움타령,적벽강싸움,화용도로 구성한다고 한다. 유성진이나 송만갑이 부르던 동편제 적벽가를 임방울,김연수,정광수,박봉술 등이 이어졌고 본시 군사의 설움부터 시작하는 민적벽가 였다고 한다.보성소리는 박유전,정재근,정응만을 거쳐 정권진 등에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보성소리는 강능대난과 장판교의 싸움이 없다고 한다.한승호의 적벽가는 이낙치,김채만,박동실로 이어진 서편제 소리라고 한다. 현재는 삼고초려가 없던 적벽가 까지도 삼고초려 부터 시작하는데 앞부분을 새로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적벽가가 불려지는 방식과 내용이 다른것들을 보면은 서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구전되어 지는 사람들의 지역에 특색에 맞게 각색 되어지는 성향을 자주 보여진다. 적벽가는 전통적으로 충의(忠義)를 노래 하는 것으로 알려지나 정당성이 결여된 권력에 의해 전쟁에 동원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중들의 한과 이에 대한 항의와 풍자 또한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 된다고 한다. 남창 위주의 적벽가는 현대 판소리의 여성화 추세로 인하여 전승 탈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한다. 1984년 국립극장 소극장에선 창극화 하고 신재효가 개작하여 정착시킨 창본 외에 7종 정도의 이본이 전한다고 한다.
화용도, 요러 이본이 전한다고 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성두본(星斗本)을 영인한 자료와 이를 주석하고 이본과의 차이를 표시가 출판 되었다고 한다.
판소리로 불려지는 적벽가 독서물로 읽혔던 화용도 와 마찬 가지로 이작품도 삼국지연의가 판소리화 된것을 신재효가 개작하면서 정착되었다 한다. 신재효의 적벽가는 다른이본과 비교해 볼때 신재효의 적벽가는 독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작품의 등장하는 인물의 재창조 과정들이라 한다. 조선순조때 송흥록,모흥갑,방만춘,주덕기 같은 명창들이 적벽가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방만춘은 적벽강의 불싸움 대목을 잘하였다고 하고 주덕기는 조자룡이 활쓰는 대목을 잘하였다고 한다. 철종때 명창 박만순,이창운이 적벽가를 잘했고 고종때 박기홍,이동백,김창룡 또한 적벽가로 세상을 울렸다고 한다. 오늘날 전승되는 적벽가에는 박봉술이 보유한 송만갑 바디, 정광수가 보유한 유성준의 바디, 정권진이 보유한 정응민의 바디가 있고 박동진이 짠 적벽가는 조학진 바디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밖의 바디는 거의 전승이 끓어 지고 있다고 한다.
(바디)----명사의 음악, 판소리에서 명창이 스승으로부터 전승하여 한마당 전부를 음악적으로 절묘하게 다듬어 놓은 소리.
바디 마다 사설과 소리가 얼마쯤 다르게 짜여 있지만 초앞,삼고초려,장판교싸움,공명,주유의격동,군사울음 타령 ,조조군사 조련,남병산의 제사,조자룡의 활쏘기,적벽강의 전투 ,오림산중(烏林山中), 군사점고(軍士點考),화용도, 뒤풀이로 짜여진 바디가 많다고 전해진다.
이름난 소리의 대목으로는 삼고초려(진양-우조),고당상(진양-계면조),서름타령(자진모리-우조),적벽강전투(자진모리-우조,계면조),새타령(중모리-계면조),장승타령(중중모리-평도)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삼국지중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크게 패하는 대목이 그내용으로 양반들이 즐겨 들었다고 전해 진다.특히 빠른장단에 웅장하고 씩씩한 호령도를 많이 사용하는 남성적인 판소리이다. 조조가 한없이 격하 강등되어 우스개 거리가 되고 있는점 비장미와 골계미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점 등이 삼고초려에는 장수의 늠름한 자태와 위엄을 느린장단과 배합된 소리와 유유한 소리가 많고 장판교 싸움에는 긴박한 전투 장면이 많다고 한다.
3)삼국지 전래 흐름도
정사 <삼국지>는 이미 고구려 때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지만, 소설 <삼국지>는 이조 초엽에 들어왔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선조(宣祖) 2년(1569)에 국왕까지도 소설 삼국지를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에 사대부 층에선 이를 금서로 삼자는 의론이 많고 실지로 금서로 된 적도 있으나, 임진왜란 이후가 되면 민족적 침략과 억압을 당한 상황에서 영웅의 출현을 학수고대하는 민중적 비원과 결합하여 마을 거리의 부인이나 아이들까지도 그 내용을 암송할 정도로 성행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선비들의 과거시험 문장 속에 담기거나 시제(試題)에 오를 정도로 연의 내용이 일반화되었다. 이조 중엽부터 나온 현토본(懸吐本), 번역본은 일제말에 이르기까지 필사본(筆寫本), 목판본, 활자본을 포함하여 23종 이상에 달한다. 그 대중적 인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것이 우리의 한문소설, 언문소설에 미친 영향 또한 적지 않음은 이경선(李慶善) 저의 <삼국지연의의 비교문학적 연구>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해방 후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30여 종의 번역본이 나왔는바 그중 초역(抄譯)이 아닌 것으로 들 만한 것으로 김동성(金東成) 역본, 정음사(正音社) 역본, 김광주(金光洲) 역본, 이용호 역본, 박종화(朴鍾和) 역본, 김용제(金龍濟) 역본, 이성학(李成學) 역본, 김구용(金丘庸) 역본, 이문열(李文烈) 평역본 등이 있는데, 혹 직역에 가까운 노력도 있었지만 일본의 길천영치(吉川英治)의 개작본을 따랐거나 중국의 진순신(陳舜臣)의 개작본을 번역한 것도 있고, 또 너무 현대적인 재해석에 치중하여 재래적인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들도 있었지만 아무튼 삼국지의 대중적인 인기는 오히려 현대에 올수록 더해 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삼국지의 역사 평가에 있어 뚜렷한 경향은 '조조를 내치고 유비를 숭상하는(黜曹崇劉)' 것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있어 유비는 충후하고 겸양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제왕의 전형이 되고 조조는 기만적이고 잔포하며 권모술수에 능한 간웅(奸雄)의 전형이 된다. 기실 역사를 도덕으로부터 분리시켜 보면 조조가 중국을 또 한 차례 통일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임은 부인할 수는 없다 하겠다. 이 작품이 사상적으로 비판받는 점은 물론 당시의 사회 계급구조에 대한 비판적 안목이 없이 봉건계급의 왕도사상을 민중의 이상으로 일체화시켜 표현했다는 점이다. 노신(魯迅)이 일찍이 지적한, 봉건사회에서는 "기실 왕도라고 하는 것이 티끌만치도 있어본 적이 없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기실 황건(黃巾)을 두른 농민 봉기자들을 도둑떼로 몰고, 그 진압자들을 애국자로 찬양한 것은 당시 봉건사회 속에서는 양해를 받을 수 있는지 몰라도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반(反)진보적 사상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 소설의 예술성의 평가에 있어서는 역사적 사실을 주요 근거로 한 연의(演義)라는 데서 오는 한계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지만, 그 웅후(雄厚)하고 고심(高深)한 필력, 4백여 인물들의 형상을 창조적이고 생동되게 빚어낸 점, 이야기 줄거리의 조직 수완과 분위기를 조성해 내는 뛰어난 운필(運筆) 능력, 능수능란하고 다채로운 전쟁 묘사, 여러 계층에서 공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언과 백화(白話: 구두어)가 엇섞인 살아있는 언어의 구사 등은 이 소설의 장점으로 높이평가 받고 있다.
2.삼국지연의의 없는 내용인 병사울음 타령
적벽가>는 전쟁의 지도자와 그 부하인 장군들과 병사들 사이에 얽힌 이야기이다. 본래의 『삼국지연의』가 영웅들의 호쾌한 싸움이며 사실에 따른 대국적인 웅대한 전쟁이야기라면, <적벽가>는 평범한 인간의 싸움이거나 장군, 동물, 장승 등 비현실적인 모순되는 갈등이야기이다. 달리 말하자면, 전자는 국가보존과 국가건설이라는 차원에서 무용 있는 인물이 활동하는 데 반하여, 후자는 전쟁으로 보면 극히 소소한 인간적인 문제, 예컨대 효도나 아내 사랑이나 형제우애나 인간의 의리 등에 얽매인, 정에 얽매인 인물들이 활동한다. 요컨대 소설은 전쟁이 재미요, 판소리는 인간사가 재미인 것이다.
군사들이 술을 마시고 신세 한탄하는 장면.-발췌.이완근 이학준의 희망문학
군사들이 싸움에 이기겠다는 기개를 떨쳐 술과 고기를 다투어 먹을 때, 노랩부르며 춤추는 놈, 서럽게 우는 놈, 이야기하며 웃는 놈 노름하다가 싸우는 놈, 반쯤 취한 상태에서 욕하는 놈, 잠이 부족해 서서 자다가 창 끝에 턱이 꿰인 놈, 곳곳에 많은 군사 가운데 병사가 눈물을 흘리면 불행이 닥치는 법이라. 장막 아래서 한 군사가 모자를 벗어 또루루 말아 베고 누워서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서럽게 우니, (병사들의 다양한 모습)
한군사가 내달으며 "아나 이애, 지금 승상은 대군을 거느리고 천 리 밖 싸움터에 나오셔서 아직 승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천하의 큰일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놈 너는 왜 요망스럽게 울고 있느냐? 울지 말고 이리 와서 술이나 먹고 놀자." 저 군사가 잠시 울음을 그치고 말하기를, "네 설움은 일단 제쳐놓고 내 설움을 들어 보아라." (울고 있는 병사를 나무라며 술을 권함)
"고당에 계신 늙은 부모님을 이별한 지가 벌ㅆ 몇 날이나 되며,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신 그 은덕에 보답하고자 하나, 그 은혜가 너무나 크고 끝이 없네그려. 화목하던 일가 친척과 집안의 젊은 아내 어린 자식이 천리 밖 싸움터에 나를 보내고, 오늘이나 소식이 올까 내일이나 기별이 올까 하며 기다리다가, 서산에 해가 기울어지니 문밖에서 기다린 것이 그 몇 번이나 될 것이며 바람 불고 궂은 비 내리는 데 대문에 기대어 기다린 것이 그 몇 번이나 될 것인가. 한나라 소무는 기러기 발에 편지를 묶어 보냈다지만 나는 누구 편에 편지를 보내야 한단 말인가. 임을 그리는 단장의 마음으로 항상 수심에 잠겨 지내고 있다네. 칼과 활을 둘러메고 육지와 물 위에서 적과 싸워야 할 테이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처지가 아닌가. 만일 객사를 하게 되면 누가 내 시체를 묻어 줄 것이며, 벌판에서 참혹하게 죽은 내 몸이 까마귀와 매의 밥이 된다고 한들 누가 손뼉을 쳐 후여 하고 날려 주리 하루에도 열두 번씩이나 부모님을 생각하며 지내고 있네그려." 이렇게 말하면서 서럽게 우니, 여러 군사들이 말하기를 "너의 부모 생각하는 마음이 참으로 기특하다." 이때 또 한 군사가 나서며 (고향의 부모를 그리는 사연)
"여봐라 군사들아. 이내 설움을 들어 봐라. 나는 본래 오대 독신으로 어려서 장가를 들었으나 근 오십이 가깝도록 자식을 낳지 못해서 우리 부부가 늘 한탄하며 지내다가, 우리 마누라가 자식을 얻기위해 온갖 치성을 다 드리는데. 이름난 산의 큰 절, 성황 신당, 오래된 사당, 돌부처, 보살 미륵 등에 제사 지내는 음식 마련하기와 사당 짓기며, 칠원성군과 나한에게 불공 드리기. 백일동안 산신제 지내기, 여승에게 가사와 연등 시주하기, 다리놓는데 희사하기와 길닦기 그리고 집에 있는 날은 성조신과 조왕신, 당산, 장독대의 신, 여러 하늘의 신들. 지신 등에게 지극한 정성을 드리니, 공든 탑이 무너지겠으며 심은 나무가 꺾어지랴. 그달부터 태기가 있으니 부정한 자리에 앉지 않고, 바르게 썰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고, 나쁜 일을 보지 않으려고 극히 조심을 하였다네.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정신이 없는 중에 드디어 해산을 하고 보니, 딸이라도 반가울 판에 아들을 낳았다네그려. 그 애를 어찌나 귀히 여겼던지 땅에 누일 새가 없이 항상 손에 안고 키우는데. 에 이레가 지나고 오륙 개월이 넘어 발바닥에 살이 올라 터덕터덕 노는 모양, 방긋방긋 웃는 모양, 도리도리, 쥐엄잘강, 섬마, 둥둥 재롱을 보며 내 아들 옷고름에 돈을 채여 주고, 감을 사서 껍질 벗겨 손에 쥐여 주니. 밤낮으로 사랑스러운 것이 자식밖에 또 어디 있던가. 그런데 뜻밖에도 "위나라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우러 가자. 나오너라." 외치는 소리에 안 나올 수가 없더구만. 사당에 나아가 통곡하며 두 번 절하여 하직한 후, 연약한 어린 자식과 아내의 등을 두드리며, "부디 이 자식을 잘 길러 나의 대를 잇도록 해 주오." 생이별하고 싸움터에 나왔으나, 내가 언제 돌아가 그립던 자식을 안아 볼 수 있을까. 아이고 내 신세야." 이렇게 말하며 서럽게 우니 여러 군사들이 그를 꾸짖어 말하기를, "에라 이놈아, 자식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졸장부나 하는 짓이다. 싸움터에서 네가 죽어도 네 대는 잇게 생겼으니 네 설음은 가소롭다." 그러자 또 한 군사가 나서면서 (고향에 두고온 자식을 그리는 사연)
"나의 설움을 들어 봐라.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를 여의고 일가 친척도 전혀 없어서 의지할 곳이 없이 외롭게 자랐는데, 그런 내가 예쁘고 얌전한 아내를 얻었으니 종가로서의 큰 일을 감당하고, 평생 몸을 의탁하여 편히 지내고 싶어서, 고향 떠날 생각이 젼혀 없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싸울 뜻이 있는 위나라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우러 가자." 외치는 소리가 나를 끌어 내니 어디 오지 않을 수가 있던가. 군복 입고 벙거지 쓰고 창을 쓰고 창을 끌고 나올 적에 우리 아내 그것을 보더니 버선발로 우루루 달려 들어 나를 안고 엎어지며, " 날 죽이고 가면 몰라도 살려 두고는 못가리라. 이팔 청춘 젊은 나를 혼자만 떼어 놓고 어떻게 싸움터에 가려 하오." 울부짖으니 그 때 내 마음이 어떠했겠나. "허허 마누라 울지 마오. 남자가 세상에 태어나서 싸움터에 가 보지 못하면 대장부의 절개가 아니라고 하니. 울지 말라면 울지 마오." 아무리 달래도 듣지 않고 화를 내도 소용이 없데그려. 잡았던 손을 후리쳐 떨쳐 버리고 이 싸움터에 나왔지만 세월이 흘러도 싸움은 끝나지 않는구먼. 살아갈 방도를 찾고 싶지만 사방에서 지키고 있으니, 함정에 빠진 범이나 그물에 걸린 고기꼴이 되고 말았네, 언제라도 고향에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황량한 산에 구르는 해골이 될지. 생사가 아침 저녁에 달려 있네그려. 어서 빨리 고향에 돌아가 그리운 마누라 손을 잡고 쌓인 회포를 풀어 봤으면,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고향의 아내를 그리는 사연)
[아니리 : 판소리에서 연기자가 창을 하면서 사이사이에 극적인 줄거리를 엮어 나가는 사설]
군사들이 승기(勝氣)내어 주육을 장식하고,
[중머리 장단 : 보통 빠른 장단이므로 사설의 극적 상황이 서정적인 장면이나 서술하는 대목에 많이 쓰인다.]
노래 불러 춤추는 놈 서럽게 곡하는 놈 이야기로 히히 하하 웃는 놈 투전(鬪錢)하다 다투는 놈 반취(半醉) 중에 욕하는 놈 잠에 지쳐 서서 자다 창 끝에다가 턱 꿰인 놈, 처처(處處) 많은 군병 중에 병노직장위불행(兵勞則將爲不幸 : 병사가 눈물을 흘리면 앞으로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뜻)이라. 장하(帳下 : 장막 아래)의 한 군사 전립(戰笠 : 군인이 쓰는 벙거지) 벗어 또루루 말아 베고 누워 봇물 터진 듯이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울음을 우니, - 병사들의 다양한 모습
[아니리]
한 군사 내달으며,
“아나 이애 승상(丞相 : 중국의 옛 벼슬 이름. 여기에서는 조조를 뜻함.)은 지금 대군을 거나리고 천리 전쟁을 나오시어 승부를 미결(未決 : 아직 결정하거나 해결하지 아니함)하야 천하 대사를 바라는데, 이놈 요망스럽게 왜 울음을 우느냐 우지 말고 이리 오느라 술이나 먹고 놀자.”
저 군사 연(然)하여 왈,
“네 설움 제쳐 놓고 내 설움 들어 보아라.” - 울고 있는 병사를 나무라며 술을 권함
[진양조 장단 : '세마치' 장단이라고도 부르며, 가장 느린 장단으로 극적 상황이나 한가한 서정적인 장면에 많이 쓰인다]
고당상학발양친(高堂上鶴髮兩親 : 머리가 희어져서 늙은 부모가 거처하는 곳.) 배별(拜別 : 배웅하여 이별함.)한 지가 몇 날이나 되며, 부혜(父兮)여 생아(生我)하시고[어버지가 나를 낳으시고] 모혜(母兮)여 육아(育我)하시니[어머니가 나를 기르시니 : 시경의 소아편에 나오는 말], 욕보지은덕(欲報之恩德 :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함)인데 호천 망극(昊天罔極 : 끝이 없이 넓고 큼.)이로구나. 화목하던 전대권당(全大眷黨 : 일가 친척.) 규중[부녀자가 거처하는 곳]의 홍안 처자(紅顔妻子 : 나이가 어린 처) 천리 전장 나를 보내고, 오늘이나 소식 올까 내일이나 기별이 올꺼나 기다리고 바라다가, 서산에 해는 기울어지니 출문망(出門望 : 부모가 문 밖에서 자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말. 춘추 시대 위나라 사람인 왕손가가, 섬기던 민왕이 사냥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으나 임금이 간 곳을 몰라 그냥 집으로 돌아오자, 그 어머니가 "나는 네가 아침에 나가 저녁에 늦게 돌아오면 '대문에 기대어 너를 기다리고' 날이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마을 밖에 나가 기다리는데' 너는 임금이 간 곳을 모르는데도 집으로 돌아오느냐?"하고 꾸짖은 데서 비롯된 말이다.)이 몇 번이며 바람 불고 비 죽죽 오는데 의려지망(依閭之望 : 집 밖에서 기대어 기다림.) 몇번이나 되며 서중의 홍안 거래(鴻雁去來 : 하나라 소무(蘇武)가 흉노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잡혀서 사람이 살지 않는 북쪽 바닷가로 귀양을 갔는데, 사연을 적은 비단을 기러기 발에 매어 자기 나라로 날려 보내 제 처지를 알려서 19년만에 돌아온 것에서 나온 말로 여기서는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전할 방도가 없음을 한탄하기 위해 끌어들인 것이다) 편지를 뉘 전하며 상사곡(相思曲 : 악부신가의 서른여섯 곡중 하나) 단장해(斷腸解 :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그리움.)는 주야 수심에 맺혔구나[오매불망 : 자나깨나 잊지 않음]. 조총(鳥銃 : 임진왜란 때 왜군이 쓰던 총. 적벽 대전 당시에는 없던 무기로 판소리의 구비문학적 성격을 보여 주는 말.) 환도(環刀)를 둘러메고 육전 수전을 섞어 할 제 생사(生死)가 조석(朝夕)이로구나. 만일 객사(客死 : 객지에서 죽음)를 하게 되면 게 뉘라서 암사[장사를 지냄.]를 하며 골폭사장(骨曝沙場 :모래밭에 참혹하게 죽음)에 흩어져서 오연(烏鳶 : 가마귀와 솔개)의 밥이 된들 뉘라 손뼉을 두다리며 후여쳐 날려 줄이 뉘 있드란 말이냐. 일일사친(日日思親 : 매일매일 어버이를 생각함) 십이시(十二時)로구나.[하루에도 열두 번이나 부모 생각을 하는구나]
[아니리]
이렇듯이 설이 우니 여러 군사 하는 말이 부모 생각 너 설음이 충효지심 기특허다. 또 한 군사 나서며,
[중머리 장단]
여봐라 군사들아 이내 설움을 들어라 너 내 이 설움을 들어 봐라. 나는 남의 오대 독신으로 어려서 장가들어 근 오십이 장근토록[가까이 되도록.]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어 매월 부부 한탄하다. 어따 우리 집 마누라가 온갖 공을 다 드릴 제 명산 대찰(名山大刹) 성황신당(城皇神堂) 고묘 총사(古廟叢祠 : 오래된 사당과 여러 신을 모신 사당) 석불 보살미륵 노구맞이[제사를 지내기 위한 밥차림] 집짓기와 칠성 불공 나한 불공(羅漢佛供) 백일산제(百日山祭) 신중맞이 가사 시주(架裟施主) 연등시주(燃燈施主) 다리 권선(勸善)[다리를 만드는데에 시주함.] 길닦기며 집에 들어 있는 날은 성조조왕(成造 王 : 선조신과 조앙신) 당산(堂山) 천룡(天龍 : 장독대의 신) 중천 군웅(衆天軍雄) 지신제(地神祭)를 지극 정성 드리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신든 남기가 꺾어지랴. 그 달부터 태기(胎氣)가 있어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하고 할부정불식(割不正不食)하고 이불청음성(耳不廳淫聲 : 귀로는 부정한 소리를 듣지 않고)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 : 눈으로는 나쁜 일을 보지 않고) 십삭[열달]이 절절찬 연후에 하루는 해복기미[해산할 기미]가 있던가 보더라.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혼미(昏迷 : 의식이 흐림) 중 탄생하니 말이라도 반가울 때 아들을 낳었구나. 열 손에다 떠받들어 땅에 누일 날 전혀 없이 삼칠일(三七日)이 지나고 오륙 삭이 넘어 발바닥에 살이 올라 터덕터덕 노는 모양 방긋방긋 웃는 모양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암잘강 섬마 둥둥 내 아들 옷고름에 돈을 채여 감을 사 껍질 베껴 손에 주며 주야사랑 애정한 게 자식밖에 또 있느냐 뜻밖에 이한 난리 위국 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가자 나오너라 외는 소리 아니올 수 없던구나 사당문 열어놓고 통곡재배 하직한 후 간간한[연약한] 어린 자식 유정한[다정한] 가족 얼굴 누워 등치며 부디 이 자식을 잘 길러 나의 후사(後嗣 : 자손이 뒤를 잇는 일)를 전해 주오. 생이별 하직하고 전장에를 나왔으나 언제 내가 다시 돌아가 그립던 자식을 품에 안고 아가 웅아 업어 볼거나. 아이고 내 일이야.
[아니리]
이렇듯이 설이 우니 여러 군사 꾸짖어 왈, 어라 이 놈 자식 두고 생각는 정 졸장부의 말이로다. 전장에 너 죽어도 후사는 전하겠으니 네 설움은 가소로다. 또 한 군사가 나서면서,
[중머리 장단]
이내 설움 들어 봐라. 나는 부모 일찍 조실(早失)하고[중의적 표현] 일가친척 바이 없어 혈혈단신(孑孑單身 :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몸.) 이내 몸이 이성지합(二姓之合 : 두 성씨가 만나 혼인함) 우리 아내 얼굴도 어여쁘고 행실도 조촐하야[단정하여] 종가대사(宗家大事) 탁신안정(托身安定 : 몸을 의탁하고 편히 지냄) 떠날 뜻이 바이[전혀] 없어 철 가는 줄 모를 적에 불화병[서로 총포를 들이대며 싸우는 전투] 외는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가자 웨는 소리 나를 끌어내니 아니올 수 있든가. 군복 입고 전립(戰笠) 쓰고 창을 끌고 나올 적에 우리 아내 내 거동을 보더니 버선발로 우루루루 달려들어 나를 안고 엎더지며, 날 죽이고 가오 살려두고는 못 가리다. 이팔 홍안 젊은 년을 나 혼자만 떼어놓고 전장을 가랴시오. 내 마음이 어찌 되겄느냐. 우리 마누라를 달래랄 제 허허 마누라 우지 마오 장부가 세상을 태어나서 전장출세(戰場出世)를 못 하고 죽으면 장부 절개가 아니라고 하니 울지 말라면 우지 마오. 달래여도 아니 듣고 화를 내도 아니 듣던구나. 잡았던 손길을 에후리쳐 떨치고 전장을 나왔으나 일부지전장 불식이라[날이 거듭되어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잡았던 손길을 - 불식이라 : 잡았던 손길을 떨치고 전장에 나왔으나 날이 계속되어도 전쟁이 끝나지 않음을 안타까워 한다.]. 살아가기 꾀를 낸들 동서남북으로 수직(守直 : 지키니)을 허니 함정에 든 범이 되고 그물에 걸린 내가 고기로구나[살아가기 - 고기로구나 : 살아 돌아갈 일을 도모하여도 사방에서 지키고 있어 꼼짝도 못함을 함정에 든 범과 그믈에 걸린 고기로 비유하고 있다.]. 어느 때난 고국을 갈지 무주공산 해골이 될지 생사가 조석이라. 어서 수이 고향을 가서 그립던 마누라 손길을 부여잡고 만단정회[여러 가지의 시름과 그리움] 풀어볼꺼나 아이고 아이고 내 일이야.
아니리 : 판소리에서 연기자가 창을 하면서 사이사이에 극적인 줄거리를 엮어 나가는 사설
진양조 장단 : '세마치' 장단이라고도 부르며, 가장 느린 장단으로 극적 상황이나 한가한 서정적인 장면에 많이 쓰인다.
중머리 장단 : 보통 빠른 장단이므로 사설의 극적 상황이 서정적인 장면이나 서술하는 대목에 많이 쓰인다.
병노직장위불행 : 병사가 눈물을 흘리면 앞으로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뜻
승상(丞相) : 중국의 옛 벼슬 이름. 여기에서는 조조를 뜻함.
고당상학발양친(高堂上鶴髮兩親) : 머리가 희어져서 늙은 부모가 거처하는 곳.
배별(拜別) : 배웅하여 이별함.
부혜여 생아(生我)하시고 : 어버지가 나를 낳으시고
모혜여 육아하시니 : 어머니가 나를 기르시니
욕보지은덕(欲報之恩德) :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함.
호천 망극(昊天罔極) : 끝이 없이 넓고 큼.
전대권당(全大眷黨) : 일가 친척.
홍안처자(紅顔妻子) : 나이가 어린 처.
출문망(出門望) : 부모가 문 밖에서 자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말. 춘추 시대 위나라 사람인 왕손가가, 섬기던 민왕이 사냥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으나 임금이 간 곳을 몰라 그냥 집으로 돌아오자, 그 어머니가 "나는 네가 아침에 나가 저녁에 늦게 돌아오면 '대문에 기대어 너를 기다리고' 날이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마을 밖에 나가 기다리는데' 너는 임금이 간 곳을 모르는데도 집으로 돌아오느냐?"하고 꾸짖은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의려지망(依閭之望) : 집 밖에서 기대어 기다림.
홍안 거래(鴻雁去來) : 하나라 소무(蘇武)가 흉노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잡혀서 사람이 살지 않는 북쪽 바닷가로 귀양을 갔는데, 사연을 적은 비단을 기러기 발에 매어 자기 나라로 날려 보내 제 처지를 알려서 19년만에 돌아온 것에서 나온 말.
상사곡(相思曲) : 악부신가의 서른여섯 곡중 하나.
단장해(斷腸解) :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그리움.
조총(鳥銃) : 임진왜란 때 왜군이 쓰던 총. 적벽 대전 당시에는 없던 무기로 판소리의 구비문학적 성격을 보여 주는 말.
암사 : 장사를 지냄.
골폭사장(骨曝沙場) : 모래밭에 참혹하게 죽음.
오연(烏鳶) : 가마귀아 솔개
일일사친(日日思親) : 매일매일 어버이를 생각함.
장근토록 : 가까이 되도록.
고묘 총사 : 오래된 사당과 여러 신을 모신 사당.
노구맞이 : 제사를 지내기 위한 밥차림.
다리권선 : 다리를 만드는데에 시주함.
성조조왕 : 선조신과 조앙신
천룡(天龍) : 장독대의 신
해복기미 : 해산할 기미
간간한 : 연약한
유정한 : 다정한
후사 : 자손이 뒤를 잇는 일
탁신안정 : 몸을 의탁하고 편히 지냄
불화병 : 서로 총포를 들이대며 싸우는 전투
일부지전장 불식 : 날이 거듭되어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허니 : 지키니.
만단정회 : 여러 가지의 시름과 그리움
잡았던 손길을 - 불식이라 : 잡았던 손길을 떨치고 전장에 나왔으나 날이 계속되어도 전쟁이 끝나지 않음을 안타까워 한다.
살아가기 - 고기로구나 : 살아 돌아갈 일을 도모하여도 사방에서 지키고 있어 꼼짝도 못함을 함정에 든 범과 그믈에 걸린 고기로 비유하고 있다.
'적벽가'중 유명한 군사 설움 대목이다. 적벽가의 원전(原典)인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없는 것으로 판소리 창자(唱者)들이 독창적으로 만들어 넣은 것이다. 조조가 백만 대군을 이끌고 오(吳)나라와 대치하여 일전(一戰)을 벌이기 직전의 상황, 이른바 적벽 대전(赤壁大戰)의 전야(前夜)에 조조의 군사들이 제각기 설움을 늘어놓는다. 이들의 설움은 고향의 부모?처자를 이별하고 전쟁터에 나온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이어서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설움이다. 더욱이 이들은 다음 날이면 제갈공명의 동남풍을 이용한 주유의 화공(火攻)에 죽거나 부상당할 운명이어서 그 슬픔은 더욱 고조된다.
4).작품 해설
“적벽가”는 애초에는 “화용도 타령”이라 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처음부터 ‘적벽 대전’ 직후 조조의 화용도 패주 대목까지를 바탕으로 하되, 그 내용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크게 변화시켰다. 즉, 삼고초려, 장판교 대전, 동남풍 비는 것, 적벽 대전, 화용도 패주 등의 삽화는 <삼국지연의>에 있는 것이지만 원작의 내용을 상당한 정도로 바꾸었다. 그리고 군사 설움과 군사 점고 등 원작에는 없는 것을 많이 만들어 넣었다.
여기에 올린 것은 “적벽가” 중 유명한 군사 설움 대목이다. 전쟁에 강제 동원된 병사들의 신세 타령을 통해 지배자의 야망 실현의 도구가 되어 희생당하는 백성들의 한(恨)을 드러내고 지배 권력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조조라는 천하 영웅을 한갓 필부(匹夫)보다도 더 비겁한 인물로 그린 부분 등에서 허세와 위선으로 뭉쳐 있는 기성 권위와 폭력적인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드러내었다. 여기에 실린 부분은 비장미(悲壯美)의 극치를 보이는 것이지만 “적벽가”를 지배하는 미의식은 희극미(골계미)이다.
그리고 “적벽가”의 원전(原典)인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없는 것으로 판소리 창자(唱者)들이 독창적으로 만들어 넣은 것으로서, 외국 문학에 대한 주체적 수용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하다. 조조가 백만 대군을 이끌고 오(吳)나라와 대치하여 일전(一戰)을 벌이기 직전의 상황, 이른바 적벽 대전(赤壁大戰)의 전야(前夜)에 조조의 군사들이 제각기 설움을 늘어놓는데, 이들의 설움은 고향의 부모․처자를 이별하고 전쟁터에 나온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이어서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설움이다. 더욱이 이들은 다음날이면 제갈공명의 동남풍을 이용한 주유의 화공(火攻)에 죽거나 부상당할 운명이어서 그 슬픔은 더욱 고조된다.
여기에 올린 부분을 자세히 감상하면 다음과 같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향의 부모형제, 일가친척에 대한 그리움으로 병든 한 군사의 신세 한탄이다. 전투를 앞둔 긴장된 때에 드러누워 크게 울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전쟁과, 전쟁을 주도하는 지배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한데. ‘부모 생각 너 설움이 충효지심 기특허다.’라고 하여 아무 관계 없는 ‘충(忠)’을 들먹거리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중국 고사를 인용하고 있지만 원전인 <삼국지연의>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 내용으로 판소리의 독창성과 판소리 창작층이 지녔던 문화 수용의 주체적 자세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어서, 오대 독자가, 온갖 정성을 다 들여, 그것도 오십이 다 되어 얻은 아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자식을 얻기 위해 들인 공력, 어린 아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 자식에게 기울인 지극한 정성과 절절한 애정 등을 자세히 제시함으로써, 역으로 전쟁과 전쟁을 이끌고 있는 지배자에 대한 불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
또,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호소하는 군사의 신세 한탄이 나온다. 부모 조실하고 일가 친척도 하나 없는 외로운 처지에 행실도 단정하고 얼굴도 어여쁘며 집안일도 잘 처리하는 좋은 아내와 만났으니 얼마나 행복했겠는가. 그럼에도 징병령(徵兵令)에 끌려 전쟁터에 나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으니 그 억울함과 서러움은 하늘에까지 닿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같은 억울함과 서러움을 실감나게 제시해 전쟁과 전쟁을 주도하는 지배자를 비판하는 것이다.
5).창작 배경 및 인물
“적벽가”는 <삼국지연의>에서 조조가 백만 대군을 이끌고 오(吳)나라와 대치하여 싸우던 적벽 대전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변용(變容)한 것이다. 적벽 대전의 전야(前夜)에서 조조의 군사들이 제각기 고향의 부모, 처자를 이별한 설움과 애틋한 사연들을 늘어 놓은 사설들이다. 그런데 그 인물들은 판소리 창자가 창안한 인물들이다. <삼국지연의>의 처음부터 적벽 대전 직후 조조의 화용도 패주 대목까지를 바탕으로 하되, 그 내용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크게 변화시킨 것이다. 또, <삼국지연의>에 없는 인물을 등장시키거나 기존의 인물을 변화시켜 <삼국지연의> 영웅들을 보통 병사들로 변용하여 그들의 사연을 토로하게 한다. 조조는 매우 희극적인 인물로 만들고 그 모사(謀士)인 ‘정욱’을 춘향가의 ‘방자’와 같은 인물로 변용시키고 있다.
이것은 판소리가 영웅 서사시가 아니라 민중의 노래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외국 문학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서민 의식을 반영한 좋은 예가 된다고 하겠다.
6)판소리 및 판소리계 소설의 소설사적 위치
판소리계 소설은 대체로 판소리 사설이 독서물로 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판소리는 공연 예술로서 당대의 역사 속에서 성장하였다. 그런데 판소리가 기반으로 한 역사적 현실은 당시 역사적 주체로 성장하고 있던 평민들의 생활이었다. 판소리는 점차 양반들까지도 청중으로 끌어들이게 되면서 상층 문화적 요소들도 갖게 되지만, 평민 중심적인 기본적 세계관은 바뀌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지배하는 것은 서민층의 현실주의적 태도이다. 서민들의 삶의 고통을 해학과 신랄한 풍자로 속시원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령, “수궁가”의 경우, 토끼의 현실주의적 행위를 통해 별주부(자라)의 봉건적 충의 사상(忠義思想)이 얼마나 허무한 망상인가와 현실 권력의 무능까지도 보여 주고 있고, “배비장 타령”에서는 양반 지배층에 대한 서민의 저항 의식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춘향전”에서 변학도에 대한 춘향의 반항이 그 한 예이다. 여기에서 조선 후기 서민 의식의 성장이 반영되어 있다.
text by cho ri
# by | 2008/10/28 16:02 | 기술





